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에 거듭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바이든 이후'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원로들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대선 후보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까지 나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이 지난 10일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둔 동료 하원의원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교체 후보는 승계가 아닌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승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非)경쟁적' 방식으로는 가뜩이나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게 펠로시 전 의장의 생각이라고 두 매체는 전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국민 참여식 예비선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개방형 경쟁 방식을 통해 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해리스의 대관식 같은 모습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는 다음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공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어떤 경쟁도 없이 후보 자리를 승계하는 것보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에 오르는 것이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펠로시 전 의장의 측근인 조 로프그린 하원의원도 이날 MSNBC에 나와 "(경선 없는) 대관식은 안된다"며 "버락 오바마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관하는 일종의 미니 예비선거 방식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펠로시 전 의장은 해리스 부통령을 반대하기 위해 이런 식의 경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민주당 내에선 교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실시될 경우 민주당 주요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는 상태다. 마치 민주당이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이란 상징성을 지닌 해리스 부통령을 제외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