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이미 가계대출 금리를 끌어올린 주요 시중은행이 줄줄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자체 조정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것이다.
17일 KB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변동·혼합·주기형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과 5년물을 추종하는 대출상품 금리를 0.05%포인트씩 인상한다.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아파트 주담대 5년 변동금리 상품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고, 아파트 외 주담대 5년 변동금리와 2년 고정 전세대출 상품 금리는 0.15%포인트 높인다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에 송부했다.
이들 은행은 이미 이달 초중순에 걸쳐 대출금리를 한두 차례씩 올린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이 이유였다. KB국민은행은 3일과 11일 차례로 주담대(+0.13%포인트)와 전세대출 금리(+0.1~0.2%포인트)를 높였고, 신한은행도 15일을 기점으로 은행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주담대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 역시 12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1%포인트씩 끌어올린 상태였다.
이번에 다시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든 건 시장금리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려 이달 16일 3.31%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3.506%)보다 0.2%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각 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무색해지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여전히 최저 2%대에 머무르고 있다.
3분기엔 가계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은행권 전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은행의 3분기 대출태도(전망치)는 마이너스(-)15로 전 분기(-6)보다 크게 떨어져 2021년 4분기(-1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18개 은행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 의견을 지수화한 것으로, 0보다 작을수록 은행 대출이 더 엄격해짐(대출태도 강화)을 뜻한다.
가계 주택대출은 주담대 증가 추세에 대한 경계감으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6)의 강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 일반대출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신용대출 확대 적용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 여파로 대출 태도가 한층 더 깐깐해질 것(-14→-19)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그럼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지수는 2분기 6에서 3분기 19로 뛰고, 일반대출 수요지수는 -8에서 +8로 증가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시됐다. 한은은 "주택시장 회복 기대 등으로 3분기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 수요 증가를 전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