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강성 유튜버들의 폭언과 막말로 얼룩지고 있다. 급기야 15일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선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각각 한동훈·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는 양쪽 진영 유튜버들이 합동연설회 등을 생중계하며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낸 탓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폭력 사태를 유발한 이른바 '경주호랭이'에 대해 선거운동 방해 등 이유로 행사장 출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16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폭력 행위 당사자에 대해선 행사장 출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설회 방해 행위와 관련해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는 전날 호피 무늬 옷을 입고 한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했던 인물이다.
그는 다수의 유튜브 영상에서 한 후보를 "배신자"라고 지칭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한 놈"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특히 12일 진행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선 "염치없고 XXX 없는 XX.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 와서 표를 달라고 구걸하느냐"며 "꺼져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유통일당 집회에서 발언한 영상도 다수 남아있다.
한 후보 측은 폭력사태 또한 유튜버들이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후보가 연설을 시작할 때 앞자리에서 "배신자"를 연호하기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어쩌면 사전에 계획된 정치폭력이고 선거개입"이라고 했다.
이날 연설회가 끝난 뒤 지지자들간 폭행 사건이 있었단 의혹도 제기됐다. '한동훈 지지자들의 실내, 실외 폭행 및 욕설 영상'이란 제목으로 게시된 유튜브 영상엔 체육관 밖에서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한두 사람이 가세해 몸싸움을 하는 등 거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폭행 당사자 일부는 강성 유튜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원 후보 캠프는 각자 상대 지지층이 자신의 지지자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 선관위를 대상으로 수사의뢰를 촉구했다.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당원들과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앞서 13일 한 후보가 경북의 한 당협을 방문해 당원 간담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유튜버와 당원 간 고성이 오간 것이다. 한 당원이 한 후보에게 채 상병 특검 원칙적 찬성에 대한 불만 섞인 질문을 하자 생중계를 하던 유튜버가 "당원간담회 아니냐? 무슨 청문회냐"며 "잔소리하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역 당원들이 "뭐 하러 왔느냐"고 질타하자 이 유튜버는 "당원이다"라고 맞받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본 한 후보 지지자들은 지역구 의원을 향해 항의 전화와 문자폭탄을 퍼부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당협에 붙어 있는 윤 대통령 사진 등을 가리키며 "다 윤석열 사진이다. 윤석열이랑 정치한다"며 "더러워요. 더러워"라고 언급했다. 당협에 환영 플래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후보님을 이따위로 취급하나" "다 때려 부수고 싶다" "진짜 열받아서 말이 안 나온다" 등 격한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다른 후보들의 지지층은 한 후보의 팬덤을 '한딸'이라고 표현한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덤인 '개딸(개혁의딸)'을 차용한 멸칭인 셈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나 보던 극성 팬덤이 국민의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선관위뿐만 아니라 후보들이 자제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