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사과"하면서도 "무죄" 주장... 징역 7년 구형

입력
2024.07.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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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책임자 결심공판]
檢 "인파 예상됐지만 대책 마련 전무"
박, 최후 변론서 "평생 명복 빌겠다"
유족, 구청 간부들에 "살인마" 항의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희영(63) 서울 용산구청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구청장은 "그날 현장을 떠올리면 참담한 마음으로 눈물을 참을 수 없다"면서도 형사적 책임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15일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박 구청장,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출석했다.

검찰은 참사 이전 안전대책 마련과 참사 이후 대처에 소홀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구행했다. 검찰 측은 "박 구청장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용산구 안전을 총괄 책임지는 재난관리책임자이자 지역 내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로서 재난을 예측하고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사고 현장을 점검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안 하고 귀가했다"며 "사고 이후 책임을 회피하고자 책임을 다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도 설명했다.

그간 박 구청장은 '주최자 없는 행사엔 구청의 관리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날도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은 "이 사고를 막기 위해 인파 유입을 막고 밀집된 인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지만, 용산구청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수권 규정이 없다"며 "적극 행정을 취하지 않은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해 형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구청장으로서 참사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족과 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생이 끝날 때까지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했다. 2시간 반 넘게 이어진 재판이 끝난 후 박 구청장은 경호를 받으며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며 고성을 지르며 따라나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박 구청장 등이 탑승한 차량을 온몸으로 막고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내 아들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이날 검찰은 최 과장에겐 징역 3년, 유 부구청장과 문 국장에 대해서는 각각 금고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 역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위험이 예상되는데도 대비·대응 등 법령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