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임산부에 살인죄 묻는다… 복지부, 경찰 수사 의뢰

입력
2024.07.15 13:26
'만삭낙태' 과정 기록해 올린 유튜버
대법원 판례상 34주 처벌 사례 있어

한 유튜버가 임신 9개월(36주) 만삭 상태에서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며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진상을 파악하기로 했다.

15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2일 유튜버 A씨와 A씨 담당 의사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을 경찰에 접수했다.

앞서 자신을 24세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에 ‘총수술비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올해 3월 월경이 끊겨 찾아간 병원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만삭이 다 돼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병원 세 곳을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 중절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 하반신 마취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올렸다. 15일 오전 기준 해당 영상은 A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태아 살인"이라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36주 태아는 정상적인 분만을 통해 얼마든지 출산을 할 수 있는 주수인데, 이를 낙태한 것은 살인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업로드 날짜 간 시차, A씨의 수술 전후 복부 모양 등을 근거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섰다. 복지부는 법률 자문을 거쳐 사실 확인과 처벌 등을 위해 A씨와 A씨의 낙태 수술 집도의에 대해 살인죄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본래 임신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지며 처벌 효력은 사실상 없어졌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 복지부는 34주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법원 판례를 참조해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언급한 판례는 2021년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살인, 업무상촉탁낙태,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전문의 윤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윤씨는 2019년 3월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서 병원을 찾은 임신 34주 임신부의 부탁에 따라 불법 낙태 시술을 하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시술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보다 3주 앞서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36주 차 낙태는 일반적인 낙태와 다르니 더 무게 있게 수사할 것"이라며 "낙태가 사실인지, 자궁 안 혹은 밖 낙태인지 여러 사정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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