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으로 북핵 대응 명시한 한미, 외교해법 병행돼야

입력
2024.07.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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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 핵자산에 북핵 위협 억제와 유사시 대응을 위한 한반도 임무를 평시에도 배정하는 게 골자다. 이에 미 핵전력이 한반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자주 전개되고, 북한의 다양한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한미 핵·재래식 통합 훈련도 실시된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일삼고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북러 조약까지 체결된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재래식 전력 중심의 동맹을 핵전력 기반으로 격상시킨 건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핵을 쓸 생각을 못 하도록 억제하는 데 중점을 뒀던 한미가 실제로 북핵 사용 시 미 핵자산으로 대응하는 것을 처음 문서로 못 박은 점 역시 의미가 적잖다. 지난해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발족에 이어 이번 서명으로 한국의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핵전력을 함께 운용하는 일체형 확장 억제 시스템이 구축돼,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악마의 거래’로 불리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로 이뤄진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정상회의에도 참석,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나토 정상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수출하는 문제를 깊이 우려했다. 국제 외톨이가 된 북한은 모든 게 스스로 초래한 결과임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철저한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정교한 외교적 접근과 제3의 해법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 한미동맹 강화는 기본이나 대결만으로 궁극적 평화를 이루긴 힘들다. 북러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도, 특정 국가를 겨냥한 행보란 오해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전적으로 동맹에만 의존해선 낭패를 당할 수 있고, 연대도 국익보다 우선할 순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