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노사가 11일 본격적으로 '금액 격차 줄이기' 협상에 돌입했다. 최초 제시안에서는 노동계 1만2,600원(27.8% 인상)·경영계 9,860원(동결)으로 2,740원에 달했던 금액 차이를 네 차례 수정을 통해 900원까지 좁혔지만 여전히 간극이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논의했다. 이날 노동계는 2차 수정안 1만1,150원(13.1% 인상), 3차 1만1,000원(11.6% 인상), 4차 1만840원(9.9% 인상)을 내놨고, 경영계는 2차 9,900원(0.4% 인상), 3차 9,920원(0.6% 인상), 4차 9,940원(0.8% 인상)을 차례로 제시했다. 양측이 거리를 좁혀가며 점차 '최저임금 1만 원'에 근접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이어 1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1,200원(13.6% 인상)을, 경영계는 9,870원(0.1% 인상)을 내놨다. 이와 관련 근로자 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10원 인상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와 국민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10원 인상 제시는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우선 고려한 심의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사용자 위원들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충, 누적된 '고율 인상'을 거론하며 동결 수준 인상을 촉구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은 27.8% 인상, 물가는 12.6%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4.5%에 그쳤다"며 "최저임금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라 같은 수준의 인상률이라고 해도 20년 전에는 잔잔한 물결이지만 이제는 해일에 빗댈 만큼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사공이 참여하는 최임위는 노사가 각각 제시안을 내고 토론을 통해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보통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설정해 표결이나 합의를 유도한다. 다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노사가 합의로 촉진 구간을 요청하지 않은 이상 공익위원은 끝까지 노사 위원들에게 수정안 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노사 자율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최임위는 이날 회의가 길어질 경우 회의 차수를 바꿔 12일 새벽까지 '밤샘토론'을 벌일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저임금 법정 고시 기한은 다음 달 5일이나,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지난해는 전원회의가 15차까지 이어졌고, 10차 수정안이 나온 이후에야 공익위원이 개입해 표결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