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자국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 언론 모스크바타임스에 대해 운영 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당하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정부의 신뢰성을 깎아내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광범위하게 이뤄진 ‘반(反)푸틴’ 세력 탄압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총장실은 이날 성명에서 모스크바타임스에 대해 “국내·외교 정책 전반에 걸쳐 연방 지도부의 결정을 불신하게 만든다”며 취재·보도 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려고 부정확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개했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타임스의 러시아 내 활동은 불법화됐고, 소속 기자도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게 됐다. 취재에 협력하거나 지원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옛 소련 붕괴 이듬해인 1992년, 네덜란드 자본에 의해 설립됐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독립된 매체 중 가장 역사가 긴 대표적 비판 언론이라고 FT는 전했다. 군 내부 문제나 반체제 인사 동향 등 관영 언론이 다루지 않는 기사를 써 서방 언론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매체다. 지난해 3월부터 간첩 혐의로 러시아 교도소에 구금돼 있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도 이 매체 출신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압력에 대한 굴복을, 침묵에 대한 강요를 거부한다”며 “우리가 계속 크렘린궁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지지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창립자 데르크 자워는 엑스에 “우리는 평소처럼 독립 저널리즘이라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에서 이는 범죄”라고 썼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를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선 자국군 명예훼손 범죄로 규정해 다수 언론 기관을 폐쇄 조치했다. 러시아 최대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를 비롯, 아이스토리스·프로엑트 등 여러 탐사보도 매체가 줄줄이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분류돼 활동 금지 또는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모두 푸틴 대통령 측근 비리 고발 등으로 당국 심기를 건드린 곳들이다. 해당 매체 직원들은 유럽 또는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5선’ 장기 집권 시대가 열린 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탄압·검열은 더 노골화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에도 AFP(프랑스)·슈피겔(독일)·엘문도(스페인)·폴리티코(미국) 등 서방 언론사 웹사이트 81곳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