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신뢰도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9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3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경제 개발 수준에 따라 중국과 시 주석에 대한 인식 격차가 뚜렷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로 꼽혔다. 중국과 시 주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0% 안팎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일본인 비율은 87%로, 3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어 호주(85%), 스웨덴(82%), 독일(76%), 네덜란드(74%) 순이었다. 대체로 인도·태평양과 유럽 지역 국가들의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71%로, 폴란드(71%), 프랑스(7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중국을 "호의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태국이 8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이지리아(75%), 케냐(73%), 튀니지(68%), 싱가포르(67%) 순으로 중국계 인구가 다수인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대체로 중저소득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뚜렷했다. 개발도상국에선 중국이 원조 공여국으로 평가되는 반면 선진국에선 경제·군사 경쟁 상대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시 주석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케냐(64%)가 1위였고, 태국·싱가포르(63%), 나이지리아(59%), 말레이시아(5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일본(90%), 호주(84%), 한국·스웨덴(83%), 프랑스(81%), 미국(79%), 독일·폴란드(78%) 순으로 서방권 국가에서 부정적 태도가 뚜렷했다.
이번 조사에선 이스라엘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 "호의적"이라고 답한 이스라엘 국민 비율은 48%로, 지난해(33%)에 비해 15%포인트나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사실상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한 데 따른 반응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조사는 지난 4월 대면·전화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오차 범위는 ±2.4~4.9%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