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김일성 30주기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입력
2024.07.08 19:04
"우상화 속도 조절… 할아버지 후광 효과 노린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30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19일 24년 만에 북한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고 떠나면서 김 위원장의 '선대 후광 지우기'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참배 당일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힘에 부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3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 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동행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입상을 우러러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며 김일성 주석의 생전 모습이 전시된 '영생홀'에서 '탁월한 사상' '전인미답의 혁명의 길' '억년반석을 굳건히 다진 위대한 수령님'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영생축원의 인사를 드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한국과의 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민족, 통일 개념과 함께 선대의 업적까지도 함께 지우는 작업을 추진했다. 김일성이 만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게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2020년 처음으로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선대 추모에 거리를 두더니, 올해는 '태양절' 대신 '4월 명절'로 바꿔 부르며 처음으로 간부들까지 참배를 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김 위원장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말 열린 당 전원회의 참석자들은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새겨진 배지 대신 김 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단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날 김일성에 대해 정상적으로 추모하고 신속하게 보도까지 하면서, 우상화 작업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은 "생각보다 경제가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서 자신에 대한 우상화에 속도를 높일 경우 민심이 이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은 여전히 신화 같은 존재이므로, 할아버지의 후광을 입으면서 투트랙으로 홀로서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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