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르면 9일 행사할 예정이다.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와 같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송치하기로 한 경북경찰청 수사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통상적으로 9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권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의 별도 입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강화된 법안이 넘어와서 재의요구를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은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시기 조율만 남은 문제다. 대통령실은 21대 국회 때 법안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크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실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하는 특검 추천권이 대표적이다.
애초 정치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의 국민적 파급력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인 16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돼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15일 이내)이 오는 20일까지인 데다, 취임 후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해외 순방 중에 거부권을 재가한 적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조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이날 발표된 경북경찰청 수사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대통령실 외압 의혹의 핵심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령관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이 거부권 명분을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 본 뒤 판단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경찰이 밝힌 실체적 진실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재표결 시점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오는 19일 내에 재표결 절차를 끝낸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분위기를 보면 현재 상황에서 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 내 '반란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주장한 한동훈 후보의 대표 당선 여부 등을 지켜보고 재표결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봐야겠지만 적어도 채 상병 1주기 안에 재표결은 어렵다"면서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계기로 범국민대회와 촛불 문화제 등 여러 행사가 있고, 국민의힘도 전당대회를 한창 치를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