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기득권 vs 샌더스·흑인코커스… ‘바이든 사퇴’ 놓고 민주당 대립 격화

입력
2024.07.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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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간부회의서도 5명 안팎 용퇴 주장”
“노동자 대변” “충성하겠다”… 우군 등장
민주당 지지받냐 질문에 바이든 “그렇다”

TV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노출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11월 미국 대선을 치러야 하는지를 놓고 집권 민주당 내부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대선 패색이 자칫 상·하원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사퇴 촉구의 핵심 명분이지만, 당내 기득권 세력이 자기들 당락부터 따지느라 대의를 내팽개친 결과 아니냐고 ‘바이든 친위’ 집단은 의심한다.

“하원 총회 때 댐 무너질 것”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TV 토론을 망친 뒤 닷새 만에 불거진 하원 민주당 내 ‘바이든 사퇴론’은 간부급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미국 CNN방송은 7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원회 간사들을 소집해 연 화상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보다 사퇴를 명시적으로 주장한 의원이 더 많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참석자는 4~6명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지지 단일대오에 균열을 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은 10명가량으로 늘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침묵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제프리스가 바이든에게 많은 하원 중진이 그가 재선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고비는 비공개 하원 민주당 의원 총회가 열리는 9일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CNN에 “댐이 무너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원 민주당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언론에 일정이 공개되며 무산됐지만 마크 워너 의원(버지니아)이 8일 일부 같은 당 의원을 불러 바이든 대통령 사퇴 요구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었다.

82세 샌더스 “바이든 지지”

물론 우군이 없지는 않다. 올해 82세로 바이든 대통령보다 한 살 많은 미국 의회의 대표적 진보파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선거는 그래미상 시상식이나 미인 대회가 아니라 누가 노인·아동·노동자·빈자와 함께하는지를 겨루는 정책 경쟁”이라며 “바이든이 노동자 계층을 대변한다면 크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의원 상당수도 바이든 대통령 편이다. 전날 뉴올리언스주(州) 연례 흑인 문화 축제에 참석한 하원 흑인 의원단 모임 ‘블랙코커스(CBC)’ 소속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피력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CBC 전 의장인 조이스 비티 의원은 이날 “215, 216명의 의원 중 (고작) 5~10명이 그(바이든)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 백인 남성”이라고 CNN에 말했다.

당 주류 목표는 현역 의원 살리기

바이든 대통령을 편드는 이들이 공유하는 정서는 민주당 주류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 행태에 대한 반감이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바이든을 감싸던 민주당 기득권 세력이 이제 그가 물러나기를 바란다”며 “그들의 목표는 트럼프 세(勢)가 강한 주에 출마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NYT 등 주류 언론을 상대로 “억만장자 (민주당) 기부자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굴욕적”이라고 일갈했다.

“(당내) 일부 인사가 나를 선거에서 밀어내려 한다”며 여러 차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온 바이든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의 흑인 유권자와 해리스버그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만난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우리가 함께일 때 누구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를 받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