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가계대출·집값 동시 ‘위험 수위’

입력
2024.07.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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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나흘 만에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 말보다 2조1,800억 원 늘어났다.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00억 원 증가해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만큼 최근 증가가 과속 양상인데, 이달 초 들어 그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가계 부채에 고삐가 풀린 것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관련 규제 완화와 함께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0조~40조 원 공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리한 ‘빚투’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부동산 PF 연착을 이유로 갑자기 지난달 25일 시행을 2개월 연기했다. 그 직후 이번엔 은행을 상대로 주담대 가산 금리 상향을 압박하며 냉탕 온탕을 오락가락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조정능력이 약화하는 동안 채권 시장은 정부 뜻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금융채 시중 금리가 더 많이 하락해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내리막을 유지하고 있다. 안 그래도 국내 가계 부채 상황은 세계 최악에 가깝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 DSR가 14.2%로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노르웨이, 호주,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고 발표했다. DSR가 높다는 것은 소득 대비 빚 갚는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출 부담이 과도한데도 신혼·출산 부부를 중심으로 한 특례 대출 신청금액이 5개월 만에 6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고, 이 돈이 아파트로 몰려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할 것”이라면서도 “DSR 2단계 도입 연기는 예정대로”라고 못 박았고, 뒤늦게 금감원은 전세대출에도 DSR 도입을 검토한다며 변죽만 울리는 모습이다. 가계대출과 집값은 일단 속도가 붙으면 상승도 빠르지만, 추락은 더 빠르다는 역사의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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