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번식하는 제비들이 겨울을 지내는 이른바 ‘강남’은 9,200㎞나 떨어진 필리핀 지역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교육청은 제비 생태 탐구 프로젝트 연구 결과 제주도에서 번식한 제비들의 월동지가 필리핀 루손섬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오현고등학교, 효돈중학교, 북촌초등학교, 표선고등학교 등 제비생태 탐구동아리 학생들이 참여했다.
제비들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와 월동지를 오가는 제비들은 8월 말 제주도에서 출발해 바닷길로 일본 오키나와와 인도네시아를 거쳐 9월 중순에서 10월 초 사이 필리핀 루손섬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제비들은 2월 말 다시 대만과 중국을 거쳐 3월 초에 제주로 귀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제비의 이동거리는 무려 9,200㎞에 달했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 기후변화와 환경변화로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제비의 개체수를 조사하고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제주시 화북동과 서귀포시 효돈동 일대에서 번식 중인 제비에 지오로케이터(Geolocator)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지오로케이터는 소형 조류 이동 경로 연구에 사용하는 0.45g 무게의 기기다. 제비의 등에 작은 가방처럼 부착하지만 비행과 이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제비가 월동지로 이동하기 전 부착한 후 다음 해 다시 돌아올 때 재포획해 기록된 정보를 확인한다.
김경화 도교육청 장학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제비 보호와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우리 교육이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