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가 유럽연합(EU)의 다음 제재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X에 전쟁 관련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가 범람한 데는 업체 측의 관리 소홀 책임도 있다는 게 EU 측 판단이다. X는 최대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집행위원회가 X에 대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 예비조사 결과를 늦어도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4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최후 경고의 성격으로, 만약 EU가 권한 변경 조치를 하지 않으면 X가 연말쯤 최종적으로 위반 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상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한 법으로,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수익의 최대 6%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된다. 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유럽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EU 집행위는 X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허위·유해 불법 콘텐츠가 넘쳐나자 지난해 12월 X의 DSA 위반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DSA 시행 이후 이 법에 기반한 첫 공식 조사였다.
X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약 25억 달러(약 3조4,550억 원)로 추정된다. DSA를 위반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최대 1억5,000만 달러(약 2,073억 원)의 과징금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EU는 애플,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을 잇따라 내리고 각 사에 통보했다. 이른바 '빅테크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DMA는 빅테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X가 EU의 경고를 받게 되면 최근 한 달 사이에만 3개의 미국 기업이 EU 제재를 받는 셈이 된다.
EU는 미국 빅테크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동원해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EU 역내의 기술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했다고 보고, DMA와 DSA를 앞세워 미국 빅테크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규제법(AI법)'을 승인했다. 개인의 특성과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AI 기술을 원천 금지하는 이 법안 역시 AI 경쟁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들을 주로 겨냥하고 있으며,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