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방송이 지금은 공기가 아닌 흉기"

입력
2024.07.04 11:10
"방통위 2인 체제 민주당이 만들어"
김홍일 이동관 "불법행위 가담 안 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방송이 지금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한 김홍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대민의 방송과 통신 담당 기관의 업무 중단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라고 감쌌다.

MBC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면서 "언론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김 전 방통위원장을) 탄핵한 정당에선 현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발의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느냐"고 되물었다. '바이든 날리면' '청담동 술자리' '김만배·신학림 대선 개입 허위 보도' 등을 열거한 이 후보자는 "가짜 허위 기사다.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다면 이런 보도나 기사가 가능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공영방송 다수가 민주노총 소속이다. 공영방송이 노동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도 촉구했다. 그는 "하루빨리 방통위가 5명의 상임위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민주당 몫의 위원을 추천하길 바란다"며 "민주당이 비난, 비판하는 (방통위) 2인체제는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영입됐던 이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질문에 "30년 넘게 방송현장에서 일했던 전직 방송인"이라며 "과거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활동을 한 건 사실이지만, 방통위원장에 임명된다면 그 직에 맞는 중립성을 갖고 한국의 공영방송 발전과 통신산업 글로벌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 후보자가 과거 'MBC 민영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는 MBC 민영화를 논의한 당사자로, 노조탄압의 전면에 섰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통위는 MBC, K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를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 MBC 출신의 인사가 의결한다면 심사 점수가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하자가 있는 결정"이라며 "임명한다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