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잃은 슬픔에 침울한 대림동… 재한 중국인들 눈에 비친 '화성 참사'

입력
2024.07.01 19:00
20개 동포 단체 모여 대책위 마련
장례·보상 절차 등 법률 자문 지원
"희생자·유족 향한 혐오 자제해야"


"같은 동포로서 제 자식을 떠나보낸 마음입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복지장례문화원 안에 마련된 화성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유족 10여 명 앞에서 박성규 전국동포총연합회 명예회장이 이같이 말했다. 전국동포총연합회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중국동포 단체연합대책위원회(대책위)는 동포 밀집 지역인 이곳에 합동분향소를 세우고, 유족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 17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서 유족들은 "마음을 합쳐 신속한 해결을 부탁드린다"며 흐느꼈다.

희생자 다수 중국 동포, 대림동 곳곳 '애도'

대림동 인근에 거주 중인 동포들에겐 이번 참사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희생자 23명 중 17명이 중국 국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슬픔을 방증하듯 합동분향소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만에 200여 명이 다녀갔다. 재외동포(F-4) 비자로 체류 중인 이상군(37)씨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타국에서 안 좋은 일을 당했는데 내국인이 아니라서 사후 처리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 이주노동자들이 몰리는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다. 전모(49)씨는 "우리(외국인 노동자)들이 용역 업체에서 파견되면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서 "언젠가는 발생했을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한 번도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몰랐다"는 사고 당시 근무자들의 진술이 있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포들은 화성 참사 이후 대책위를 만들어 사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유족 10여 명에게 대책위는 연령, 비자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측의 배상 규모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반복되는 동포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20개 단체, 1만여 명의 회원이 모이게 된 것"이라며 "언제든지 필요한 법률 자문을 지원하겠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혐오 표현… "같은 사람으로 봐주길"

중국 동포들은 참사 이후 인터넷에 오가는 각종 혐오 표현들에 대한 속상함도 털어놨다. 아리셀 화재를 보도한 기사에는 '중국인이 나쁜 마음으로 불을 지른 건지 확실히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인지 조사해라' 등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댓글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함은춘(45)씨는 "중국 동포들을 한데 묶어 안 좋은 얘기가 오고 가는 걸 들었다"면서 "국적을 떠나 우리를 같은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화성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7시 화성시청 분향소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시민들이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인 추모의 벽을 설치했다.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