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복 기지개를 켜던 한국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재정마저 집행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분기 깜짝 성장(1.3%)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연말로 갈수록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사상 최대 세수 펑크를 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 원 덜 걷혔다.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급감(15조3,000억 원)한 게 원인이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늘었으나, 법인세 감소 여파로 세수 진도율은 41.1%에 그쳤다. 올해 연간 예상한 국세수입 중 5월까지 41% 안팎을 걷었단 뜻이다. 세수 흐름이 올해와 비슷한 2013년과 2014년의 최종 진도율은 각 96.0%, 94.9%였다. 이를 올해 정부가 예상한 국세수입(367조3,000억 원)에 대입하면 14조~19조 원 안팎이 덜 걷힐 것으로 나온다. 최소 10조 원 이상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가 좋아져 세수 흐름에 변화가 있다면 반전이 가능하겠지만, 현재까지 지표만 보면 그렇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인 소비만 해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5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1%) 이후 15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기업이 미래에 대비해 기계‧설비를 사는 설비투자도 세 달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출액이 확대되고 있지만, 수출 후광 효과가 일부 산업에 그치면서 전(全)산업 생산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올해 1‧2월 증가한 전산업 생산은 3월 감소했다가 4월 증가로 돌아선 뒤 5월엔 또다시 감소 전환했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달 크게 하락(0.6포인트)한 것도 이런 요인이 쌓인 탓이다. 해당 낙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포인트) 이후 최대다. 게다가 상반기에 재정 집행이 집중된 만큼 세수 결손과 계속된 감세 정책으로 빠듯해질 재정 상황은 하반기 성장세를 제약할 공산이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동행지수 하락은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쓰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내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부진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