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자신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만들어 배포했다. 지난해부터 선친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홀로서기’에 공을 들이는 김 위원장이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 차(29일) 사진에는 참석 간부 전원이 김 위원장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이날 북한 최고위층인 전원회의 참석 간부들이 김정은 초상휘장을 달고 나온 건, 김정은 체제 출범 10년을 넘긴 가운데 ‘선대 띄우기’보다 김정은 독자 우상화 작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일성 배지’는 김 주석이 58세 때던 집권 25년 차(1970년)에 처음 등장했고, ‘김정일 배지’는 그가 50세 때던 후계자 공식화 12년 차(1992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우상화가 본격화된 가운데, 더 강력한 ‘전면화’ 단계로 전환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북한에서는 올해 들어 김일성 생일 명칭 ‘태양절’을 ‘4·15’로 바꿔 ‘선대 지우기’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고, 지난달 김정은의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 참석 보도에서는 학교 외벽에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정은 배지’ 사진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매일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함께 공개되면서 북한 전체 주민들에게도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홍 실장은 “(초상휘장 배포는)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을 반영한 행보”라며 “전원회의에서 고위 간부급 착용이 이뤄졌다면, 전 당원을 상대로 단계적·순차적 보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상반기 정책 가운데 ‘경제발전’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전원회의 이틀 차 내용을 보도하면서 “경제 전반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 세우는데서 장애로 되는 일부 편향적 문제들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28일 처음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는 총 5개 안건이 상정됐다. 다만 신문은 세부 안건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당시 이뤄진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제분야 외 나머지 4개 안건이 무엇인지 예단하기 어려우나 국방분야, 사회체제 단속분야, 영토조항과 관련된 분야, 외교 및 대남 관련 분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