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러 무기거래' 논의서 서방·러 충돌… 한국 "손바닥으로 하늘 못 가려"

입력
2024.06.29 09:45
러 "서방, 근거 없이 고발… 북러 협력은 합법"
한미일·EU 등 공동성명 "강력한 용어로 규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8일(현지 시간)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를 의제로 개최한 공식 회의에서 러시아와 서방국들이 강하게 충돌했다.

6월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북한과의 무기거래 당사자인 러시아와 회의 소집을 요구한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은 초반부터 격돌했다. 러시아는 회의 발언국에 북한 문제와 무관한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초청됐다며 한국에 항의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한국이 서방의 집단 이익을 위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준수해야 할 객관성 의무를 위반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가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북한 무기를 언급하는, 놀라운 언론 보도와 공개된 분석이 상당하다"며 "이번 사안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은 물론 유럽의 안보에 미치는 함의를 고려할 때 관련국 초청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충돌은 더욱 거세졌다. 우드 차석대사는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북한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조달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면 네벤자 대사는 "서방 이사국 동료들은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근거 없이 고발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인 데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과는 달리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나카미츠 이즈미 유엔 사무차장 겸 군축고위대표와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나 레프 집행이사가 참석,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 등의 탄도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북한제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를 인용,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러 간 무기거래에 대해 "더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회의 시작 전 한미일 등 48개국과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쟁 수행 능력에 크게 기여한 북러 간 불법 무기 이전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를 낭독한 우드 미 차석대사는 "지난주 북러 정상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하고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우리는 이런 협력의 진전이 유럽과 한반도, 인도·태평양 및 전세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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