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혁신성 인정받은 국산 신약, R&D 가치 우대 받아야"

입력
2024.06.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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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위원장
"해외선 조 단위 매출 내는 국산 신약
국내에선 제도 미비로 판매조차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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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적용된 혁신신약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신약을 쓸 기회가 돌아가면서, 첨단기술의 가치도 보장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지킬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합니다. 한국일보가 토론회를 열어 고민했습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해외에서 허가받아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은 신약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약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순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유통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열린 '환자를 위한 혁신신약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국내 개발 신약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SK바이오팜이 개발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2020년부터 해외 시판되고 있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사례를 들었다. 소 부위원장은 "엑스코프리는 세계적으로 처방 환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약 2조 원의 해외 매출이 예상되지만, 국내에선 관련 제도가 미비해 본래의 가치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는 국내에선 시판되지 않고 있다.

소 부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향후 수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짚었다. 특히 약가 책정 때 우리나라 가격을 참조하는 중국, 남미, 중동에서는 채산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수출이 무산된 바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국내 제약사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보된 신약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때문에 소 부위원장은 신약을 건강보험에 등재할 때 R&D의 가치를 보전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개발 신약이 출시된 지 오래돼 가격이 낮은 대체 약제 수준의 가격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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