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21일)에 대해 "야당이 법률상 의무 없는 진술을 강요했다"며 "청문회 자체가 직권남용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문'을 하는 등 입법청문회의 취지와 본래 형식을 벗어났고, 법에 따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진술도 국회의원들이 강요했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25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입법청문회는 국회의 위헌·위법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청문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국회는 헌법 취지에 따라 법률이 보장한 증인 선서와 증언 거부권을 정면으로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앞서 청문회장에서 '거짓을 말하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내용의 증인 선서를 거부했으며, 대부분 답변도 피해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고 피의자 신분이라,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법리 판단으로 기소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도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당시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은 청문회 발언으로 수사·기소를 받거나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형법 조문을 보면 위증죄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 처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국민이 보는 역사적 현장에서 '내가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쏘아붙였다. "'증인 선서 거부의 죄'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청문회 이후로도 잡음이 계속되자 이 전 장관 측은 "적법한 증언 거부였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이 형사소추, 공소 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148조)는 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신의 범행뿐 아니라, 범행한 것으로 오인돼 유죄 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사실도 형사소송법상 거부할 수 있는 증언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법리를 깡그리 무시하며 '죄가 없다면 선서하고 증언하라'고 강요했다"고 쏘아붙였다.
청문회 형식 역시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입법청문회는 전문가들을 모셔 입법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사건 고발인인 민주당은 피고발인인 증인들을 신문하고 진술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증인들에게 결론에 맞는 답변을 공개적으로 강요했다"며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혹평도 남겼다.
특히 이 전 장관 측은 "이번 청문회 자체가 직권남용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입법청문회라는 '직권행사'에 기대어 수사·재판에 관여할 불법·부당한 목적으로, 수사 대상자들을 증인 신분으로 국회에 출석시키거나, 출석해 선서한 증인들에게 진술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