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인하와 출산율 제고

입력
2024.06.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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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저출산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왔는데,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것 이외에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태어난 아기의 아동 시기에 집중되어 왔다.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과 키즈카페, 돌봄 교실, 건강 돌봄과 같은 출산인프라 확충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합계출산율이 2017년 1.0에서 2023년에는 0.82로 감소하는 등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신세대 부모들이 장기 관점에서 가족계획을 세울 때 고려하는 부분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출산율과 연관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신세대 부부들이 자녀에 대해서는 전 생애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자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뒤 그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부모들이 고민하는 자녀 양육비에는 자산의 대물림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산이 형성되어 있는 계층일수록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런 계층의 부모를 겨냥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태어날 아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수록 부모들의 출산 의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 것도 직업 선택이 재산형성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율 인하는 출산율 제고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는 불로소득을 통한 정당하지 못한 부의 세습을 막으려는 징벌적 조세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소득과 투자의 투명성이 높아진 만큼 이젠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높은 상속세율 아래서는 자녀 세대로의 재산 이전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 역시 결혼 적령기 남녀라도 결혼을 기피하고 독신으로 지내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상속세율 인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징벌적 과세체계를 고치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측면과 함께 현재와 미래세대 사이의 부의 대물림을 안정화시켜 출산율을 높이는 측면도 검토돼야 한다. 물론 이런 조치가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황재연 강원특별자치도 규제개혁위원장·한국중부발전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