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노동제의 역사는 뜻밖에도, 세계를 식민 통치하며 스페인제국 황금기를 구가한 절대군주 필리페 2세(1556~1598 재위)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그는 재위 말기인 1594년 왕실 칙명으로 “식민지 요새 및 공장 노동자는 하루 8시간(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태양의 횡포를 면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시간대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이는 일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토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천명했다. 아마도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의 난폭한 더위 변수 때문에 식민지 노동 생산성이 저하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근대적 법정 8시간 노동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각국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사회주의 개혁가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이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주장하며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이란 슬로건을 제창한 건 1817년이었다. 당시 현실은 여성과 어린이들까지 하루 10~16시간 노동이 예사였다. 영국은 1847년 ‘공장법’으로 여성과 아동에 한해 하루 10시간 노동제를 도입했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8시간 노동제는 1866년 국제노동자협회(제1인터내셔널)의 제네바 총회 결의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 1899년 뉴질랜드가 법정 8시간 노동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미 의회가 연방정부에 고용된 노동자에 한해 8시간 노동제를 도입한 건 1868년 6월 25일이었다. 앤드루 존슨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표단과의 추가 협상 끝에 시행된 저 제도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임금도 20% 삭감되면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가 이듬해 출범한 율리시스 그랜트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 금지 포고령으로 극적으로 실현됐다. 미국의 8시간 노동제는 노동자들의 숱한 시위와 파업을 거쳐 1937년 뉴딜정책의 ‘공정근로기준법’에 이르러서야 보편적으로 정착됐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