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尹 거부권 신중해야… 측근 수사 막은 정권 없었다"

입력
2024.06.24 15:50
민주당 겨냥 "국민 눈높이 맞춰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역대 보수·개혁정권을 다 합쳐도 자기 가족과 측근 수사를 막은 적은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과반 의석을 무기로 입법 독주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겸손하게 국민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해친다거나 국민의 삶을 해친다면 거부권을 쓰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거부권을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특별검사법'과 '대장동 50억 원 클럽 특별검사법'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21대 국회부터 반복되고 있는 '민주당 법안 강행 처리→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최종 폐기'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21대 국회 때 여야 합의로 재의결된 이태원참사특별법의 입법 과정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우 의장은 "(악순환) 도돌이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며 "대통령 거부권이 작동되지 않도록 어떻게 국회가 더 노력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례적으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 의장은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 준 의석이 아니고, 윤석열 정부를 고쳐야 한다는 국민들의 태도가 선거를 통해 반영된 것"이라며 "정말 겸손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에게 크게 질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1일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 당시 증인을 강하게 압박했던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겨냥해선 "태도가 리더십"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 필요성도 주장했다. 우 의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가진 갈등의 요소를 없애고, 정치적 극한 대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면서 "4년 중임제가 되면 대통령도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해 국민 뜻을 잘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직접 만나 (개헌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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