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테러지원국 지정”, “한국 등과 핵공유”… 북러 안보 조약에 뒤집힌 미 의회

입력
2024.06.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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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국방 매파들, 대응 필요성 부각
하원 정보위원장, 북 위협 확대 경계
정부는 러 컴퓨터 백신프로그램 금지

러시아가 북한과 안보 조약을 맺자 미국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평소 자국 군사력 강화를 정부에 주문해 온 상원 국방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대응 필요성을 부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김정은 사진 들고 “독재자”

미국 상원에서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워싱턴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의 사실과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19일 방북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선 사진을 들고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이고 극악무도한 지도자 두 명”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방위 조약을 체결한 지금은 우리가 맞서야 할 시간”이라며 “이미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의 핵 역량을 강화하면 자동으로 테러지원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에는 쿠바, 이란, 시리아와 함께 북한이 포함돼 있다.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면 미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대상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무기나 테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 대상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수출을 막게 된다.

또 테러지원국에 의해 고문당하거나 인질로 잡혀 피해를 본 미국인이 해당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승소한 원고는 압류된 제재 대상국 자산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국무부 대변인은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게 효과적 문책 방법은 아니라며 러시아 자산이 법원에 묶이면 전쟁 피해를 배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공유로 미국 적들에 맞불 놓자”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북러 협정을 자기 제안 관철 시도의 기회로 활용했다. 그는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군사위의 국방수권법안(국방예산법) 처리 결과를 보고하며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 핵 공유 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자신의 기존 요구를 반복했다. “미국의 적들(북한과 러시아)이 전쟁 도구를 서로 보내며 자유 세계를 더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하원에서는 정보위원장인 공화당 마이크 터너 의원이 나섰다.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 나간 그는 북러 협력 심화가 미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고조시킨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양국 협력이 북한의 그런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발 사이버 안보 위협에 주목했다.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러시아 업체가 만든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카스퍼스키’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같은 날 주재한 안보리 사이버 안보 공개토의에서 러시아 정보 당국이 우크라이나와 독일, 체코 등에서 정당 등을 표적으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벌였다고 일갈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