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제15대 총선을 앞둔 2021년 5월, 국제사회 관심이 33세 청년 후보자에게 쏠렸다. 국회의원 입후보자 866명 중 중앙·지방정부나 기관이 지명하지 않은 단 9명의 무소속 출마자 중 한 명인 데다, 유일한 성소수자(LGBTQ+)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름은 르엉떠후이(현재 36세), 베트남 소수자 권리옹호 비영리단체 사회·경제·환경연구소(iSEE) 소장을 맡고 있었다. 비록 낙선했지만 그의 행보는 베트남 LGBTQ+ 역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이후 “차별을 겪는 소수자도 더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2016년 포브스 베트남 선정 ‘30세 미만 리더 30인’에 선정됐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세션 연설을 하며 인권 활동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후이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은 모든 사람에 대한 평등”이라며 “LGBTQ+는 다수와 싸우는 것이 아닌, 고정관념 등 ‘다수를 지배하는 것’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소수자 관련 베트남의 강점과 더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베트남은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한 적이 없다. 동남아시아 최초로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합법화한 국가이기도 하다. 범죄 발생 시 LGBTQ+ 수감자를 위한 별도 구금 장소를 마련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등 획기적 법률 개정에 나서기도 했다. 당사자는 물론 정부와 국회, 지역 사회, 언론이 다각적으로 고민한 결과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정책 논의는 다소 둔화했다. 성전환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아 성전환자(트랜스젠더)는 민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다.”
-2021년 총선 출마 이유와 의미는.
“성소수자도 평범한 시민이고, 다양한 역할로 국가 업무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LGBTQ+도 자신이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누군가는 부지런한 공무원일 수도, 훌륭한 선생님일 수도, 헌신적인 은행 직원일 수도 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면 모든 사람은 존중받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3년 전 나는 성평등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정책 전문가로서 출마했다. 나의 참여가 누군가에게 더 희망을 줘 기쁘다.”
-성소수자로 살면서 어려운 점은.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다. LGBTQ+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이들은 해를 끼치지 않고, 가족에게 받아들여지거나 사회 일부가 되길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이들의 눈에는 다수에 도전하는 사람이자 베트남 전통 가치를 침해하는 문제아다. 아시아 사회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조화를 더 중시한다. 그러나 ‘다수가 정상’이라는 견해가 유지된다면 소수는 항상 비정상으로 간주되고 다수에 맞춰지도록 강요받는다. 나는 ‘집단의 화합’과 ‘개인의 자유’는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인권 활동가로서 향후 목표는.
“평생을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선가 발생한 불의는, 세상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 가만히 있으면 불의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불평등이 사라지고 소수자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베트남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평등을 위해 싸우려 이 길을 선택했다. 그간 정책 운동에 전념해 왔다면 앞으로는 교육, 기술 등 다양한 경로와 수단을 통해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