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똥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 3월 30일 영국 옥스퍼드대 소속 조정 선수인 레너드 젠킨스는 케임브리지대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뒤 이같이 불평했다. 영국의 두 명문대는 1856년 이래 런던 템스강에서 경기력을 겨뤄왔는데, 올해는 극악한 수질 오염 탓에 승부에 지장이 생겼다는 비판이었다.
실제 현재 템스강 하구에는 온갖 오물이 썩어가고 있고, 주최 측마저 경기 일주일 전 "강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며 선수들에게 물과 접촉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젠킨스의 항의가 '이유 없는 불평'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런던 중심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이 어쩌다 '똥물'이 됐을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간) 템스강 관리 기업인 '템스워터'가 민영화된 이후의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89년 템스워터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영국 공기업 전역에 불던 '민영화 광풍'의 일환이었다. 이후 투자가 몰리며 템스워터 기업 가치는 2년 만에 1.5배 이상 올라 77억 파운드(13조4,811억 원)까지 뛰었다. WSJ는 "당시 템스워터는 새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개선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2006년 템스워터가 호주 인프라·자산운용 기업인 맥쿼리에 넘어간 뒤 발생했다. 맥쿼리는 공기업에 준하는 템스워터 신용을 활용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고, 이 돈을 또 다른 수자원 관리 기업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과거 32억 파운드(5조5,998억 원)였던 템스워터의 부채는 2017년 110억 파운드(19조2,493억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시작된 전 세계 고금리 행렬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영란은행의 중앙금리는 2020년 0.10%에서 지난달 5.25%로 50배 이상 수직상승했다. 템스워터의 이자비용 역시 급증하여 지난 5년간 38억 파운드(6조6,495억 원)에 달했다.
WSJ는 "지난 2월 템스워터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24억 파운드(4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투자가 없으면 파산 절차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시선은 차기 정부로 향한다. 재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공 물관리 요금 인상이 절실한데, 올해 7월 조기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러한 조치를 단행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WSJ는 "세계 각국이 물공급 사업에서 민간 금융의 역할을 두고 씨름하는 상황에서 차기 영국 정부의 선택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