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 장벽을 설치하고 있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고 한다. 장벽 설치는 휴전선 서부와 중부, 동부전선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전선 북쪽 장벽 설치와 관련한 북한 의도가 뭔지 현재 파악하기 어렵지만, 적대행위가 금지된 비무장지대 내에서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
북한은 군사분계선과 북측 DMZ 중간 지대에 장벽을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전술도로도 건설 중이라고 한다. 지난 9일 북한군 수십 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다가 우리 군의 경계사격을 받았던 일도 장벽 설치 공사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남북은 MDL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씩 DMZ를 두고 불안한 정전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장벽이 휴전선 동서 248km 전역에 설치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일종의 ‘베를린 장벽’ 건설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와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민족관계를 부정함에 따라 남북관계 단절과 적대의 상징물로써 장벽 설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9·19군사합의 파기와 심리전 양상에 따른 남북 군사 긴장 고조하에서 주요 지점의 경계와 방어 목적 내지 국지 도발 준비용으로 장벽을 설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측 의도가 뭐든 돈과 군 인력의 낭비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 정권이 적대적 두 국가 개념을 들고 나오고, 상징적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국제 정세 급변하에서 베를린 장벽이 동독 국민의 의지로 일순 무너진 것처럼 물리적 장벽이 세계가 인정하는 민족개념마저 없앨 수 없다. 군사 도발용 장벽 설치는 ‘비무장지대 내에선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는 정전협정 규정 위반 여부 문제도 있는 만큼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측의 목적과 의도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