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후반 아파트도 종부세 0원?'... 대통령실 "종부세 사실상 폐지"

입력
2024.06.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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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이어 대통령실도 폐지 입장
초고가 주택 등에 선별적 적용 예상
기본공제 올리면 시세 20억 후반까지 '0원'

'징벌적 이중 과세', '공평 과세' 등 대립이 극명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두고 정부·여당에 이어 대통령실도 공식적으로 폐지 입장을 밝혔다. 입법권을 쥔 야당 내에서도 개정 가능성을 시사해 종부세 도입 19년 만에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주택시장 역시 이 같은 종부세 개편 가능성을 호재로 인식했다.

종부세 폐지 띄운 대통령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를 두고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종부세를 당장 전면 폐지하면 세수 문제가 있으므로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예 종부세 자체를 없애는 게 옳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지방 재정 악화·종부세는 지방세 재원), 실제 입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제도는 유지하되 큰 틀의 대대적 개편으로 정책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구체적 방법론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 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없애고,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부세 개편에 착수한 정부·여당도 이 틀에 맞춰 개편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똘똘한 한 채 가속화", 이유는?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맞춰 고가 부동산에 물리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완화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긴 했다. 지난해부터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가구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했고, 종부세율도 낮췄다. 지난해 주택 종부세를 낸 사람 중 무거운 세율이 적용된 '중과 대상'이 1년 만에 99% 넘게 감소한 배경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언급한 대로 종부세 개편이 이뤄지면 사실상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처럼 최상급지의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종부세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공시가에 기본공제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할인율)을 곱해 나온 과세표준에 종부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기본공제금액 상향으로 1가구 1주택자는 대략 시세 20억 원 이하(공시가 12억 원 안팎) 아파트까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사실상 폐지 취지'에 부합한다는 명목으로 기본공제금을 어디까지 올릴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 가격이 22억 원 안팎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114㎡)의 경우 올해 공시가는 13억7,000만 원으로 매겨져 종부세는 45만 원 안팎이다. 재산세(300만 원)와 합치면 부동산 세금으로 345만 원을 내야 한다.

정부가 기본공제금을 기존 12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높이면 시세 25억 원 안팎 아파트까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아 이 아파트 소유주는 세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기본공제금을 20억 원으로 높이면 종부세 면제 구간이 시세 20억 후반대 아파트까지 올라간다.

대통령실이 예고한 대로 종부세 개편이 이뤄지면 강남 3구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지점장은 "전체 주택까지 가격이 뛰진 않겠지만 종부세 부담이 사라진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쏠림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지 먼저 띄운 민주당이 관건

관건은 입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다. 그간 정부가 낸 여러 경제활성화 법안이 민주당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한 사례가 숱하다. 아무리 대통령실이 폐지 입장을 밝혀도 민주당이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종부세 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큰 건 해당 논의가 민주당(박찬대 원내대표)에서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민주당 다수는 여전히 종부세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호응할지 미지수다.

더구나 최근 종부세 폐지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서울 강남 3구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집값 상승에 빌미를 줬다는 지지층 반발을 우려해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잖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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