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기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규제 논의 대상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기술이다. GAA는 반도체의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엔비디아·인텔 등은 삼성전자 또는 대만 TSMC와 함께 내년에 GAA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HBM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만들고 있으며,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강화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 논의에서 두 기술 중 GAA가 더 앞서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최근 GAA 규제 초안을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 자문 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상 규제 도입의 마지막 절차이지만, 규제 자체는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GAA 초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GAA 규제는 중국의 자체 GAA 칩 개발 능력 제한에 초점을 둔 것인지, 또는 미국 반도체 업체를 비롯해 해외 업체들이 중국 업체에 제품을 파는 것까지도 차단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가 GAA 칩 수출의 전면 금지가 아닌,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최종 규제 결론을 내릴 시기는 미정이다. 소식통들은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 AI 모델을 구축·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한편, 초기 단계 기술 상용화 전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을 겨냥해 "국제 무역규칙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추가 규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