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째 내전 중인 아프리카 수단 서부 다르푸르주(州)의 마지막 도시가 반군의 손에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이곳에 발이 묶인 최소 수십만 명은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 무관심 속에 휴전은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톰 페리엘로 수단주재 미국 특사는 수단 정부군과 맞서고 있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포위한 다르푸르 주도 알파시르가 곧 함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파시르는 다르푸르에서 정부군 통제 아래 있는 유일한 도시다.
2019년 힘을 모아 독재 정권을 축출했던 정부군과 RSF는 군 통수권 문제로 권력 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4월 15일 유혈 충돌했다. 이후 계속된 내전 속에 RSF는 최근 알파시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왔다. 다르푸르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에만 이곳에서 RSF의 공격으로 최소 192명이 숨졌다.
지난달 12일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알파시르의 한 소아병원 앞에 폭탄이 떨어져 치료받던 어린이 2명이 사망했다. RSF 전투원들은 지난 8일에도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알파시르의 또 다른 병원을 습격해 구급차 등을 약탈했다. 앞서도 열흘간 최소 세 차례 포격과 총격을 받은 이 병원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이 병원 응급실 책임자 미셸 라차리테는 "병원 내부에 총격을 가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인도적 위기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전란을 피해 몰려든 피란민 수십만 명의 안식처였던 이 도시가 이젠 최전선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알파시르에 사실상 갇혀버린 피란민들은 식량과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1월 이곳의 난민촌 한 곳에서만 2시간마다 최소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시설은 전국적으로 20~30% 정도만 겨우 운영 중이다. 알파시르에는 사이이드 슈아다 건강센터 1곳만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는 "매일 평균 50명의 사상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이들 중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한 상태"(국경없는의사회)지만 외과의사는 단 1명뿐이다.
이는 비극의 단면이다. 유엔은 "수단이 세계 최악의 기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수단 전역에서 실향민은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 관심이 온통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쏠리면서 휴전 논의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페리엘로 특사는 "RSF의 포위 공격으로 100만 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끝내야 한다"며 휴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