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법이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대북송금과 관련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지 닷새 만이다. 이번 다섯 번째 기소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병합 재판 중인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과 더불어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4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와, 2019년 7월~2020년 1월 북한이 요구한 방북 의전비용 명목 300만 달러를 대납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를 이 대표에 대한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진행하며 이 대표와 두 차례 통화했고,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에게 방북사업을 지시하면서 수차례 보고받았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이라 주장하며 담당 검사들을 수사하는 대북송금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1당인 민주당이 법사위를 차지한 것도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려는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우에 따라 주 3, 4회 재판에 출석해야 할 이 대표는 당무 수행은 물론 의정 활동에도 지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진행 중인 재판에서 하나라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정치권의 헌법 84조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더딘 재판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2027년 대선까지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소모적 공방을 피하려면 법원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과 이 대표의 성실한 소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