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가자 난민 학생 1000명 데려와 공부시킬 것”

입력
2024.06.11 17:30
12면
"유엔 사무총장, 각국 지도자와 논의 예정"
성사될 경우 전쟁 후 첫 난민 중동 외 정착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이 가자지구 난민 학생을 인도네시아에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생 이주가 실제 이뤄질 경우 첫 중동 밖 난민 수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1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당선자는 9일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 난민 어린이 약 1,000명을 인도네시아로 데려온 뒤 동부 자바주(州) 이슬람 기숙학교로 보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어린이들이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국 지도자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선발 기준과 수용 시점,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계획을 가장 먼저 제안한 코피파 인다르 파라완사 전 동자바 주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숙 학교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단체인 인도네시아 ‘NU’와 서부 자바주 등 일부 지역도 가자지구 청소년을 이슬람 학교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안타라통신은 설명했다.

프라보워 차기 행정부는 교육 지원 외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부상 입은 팔레스타인인 1,000명을 대피시켜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치료받게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 조코위 정부는 가자지구 의료진 파견과 임시 야전 병원 설립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민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차기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자국에서 ‘이슬람 형제’들의 치료와 정착을 돕겠다는 의미다.

무슬림이 인구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오래전부터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고 이스라엘과는 외교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실제 가자지구 학생들을 받아들일 경우,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침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난민이 중동 밖에 정착하는 사례가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현재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시민 일부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 등으로 시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프랑스 동부 도시 메스시(市)도 지난달 가자지구 난민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