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거에 급증한 정치인 폭행… 독일, 슬로바키아 이어 덴마크 총리 피습

입력
2024.06.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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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광장에서 선거운동 중 피해 
최근 슬로바키아·독일 등서 범행 잇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유럽 우려 고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7일(현지시간) 괴한에게 폭행당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총격 피습 사건 이후 약 3주 만에 유럽 국가 수반이 또다시 공개 장소에서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번 범행 동기는 정치적 사유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유럽 내 정치적 분열과 극단주의가 유럽연합(EU) 입법부인 유럽의회 선거(6~9일)를 앞두고 폭발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정신적 충격에... 덴마크 총리 '일정 취소'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 등에 따르면 덴마크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프레데릭센 총리가 7일 오후 6시쯤 수도 코펜하겐 쿨토르베트 광장에서 괴한에게 어깨 등을 강하게 맞았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목, 머리 등에 통증을 호소했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만 정신적 충격으로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몸과 영혼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인은 39세 폴란드 출신 남성으로 현장에서 체포됐고, 형법 119조에 따라 공무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 언론은 의료진이 '범인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소견을 밝혔고, 코펜하겐 경찰 역시 '정치적 동기에 따른 범행은 아니다'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범인이 범행 당시 술, 마약 등에 취해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정치인 대상 폭력 급증에... 유럽 우려 ↑

그럼에도 이번 폭행이 유럽의회 선거 기간 중 벌어졌다는 점에서 많은 이가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 며칠간 자신과 같은 사회민주당 소속인 유럽의회 의원 후보 크리스텔 샬데모스 선거운동에 주력해 왔다.

특정 정치인과 정치 세력에 대한 불만이 선거를 계기로 폭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총격을 입은 뒤 가까스로 회복한 피초 총리는 공식 일정을 재개하면서 '유럽 주류와의 의견 불일치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친러시아 성향 피초 총리는 반정부 시위 참여 이력이 있는 70대 남성이 쏜 총에 맞았다.

독일에서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에만 사회민주당(SPD) 소속 정치인이 각각 집단 폭행을 당하거나 둔기로 맞았다.

특정 선거와 별개로 국제사회는 정치인에 대한 폭력이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레데릭센 총리에 대한 범죄에 대해 "유럽에서 우리가 믿고 싸우는 모든 것에 어긋나는 비열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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