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욱일기 도발'… 세종시의회, 日제국주의 상징물 사용금지 조례 추진

입력
2024.06.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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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로 대상 제한 "실효성 없어" 불구
"조례 자체로 역사 인식 정립 상징성 있어"
4년 전 서울 이어 두 번째, 확산할지 주목

올해 현충일에 한 부산시민이 주상복합건물 창문에 욱일기를 내거는 등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이른바 ‘욱일기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세종시의회가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0년 서울시의회의 관련 조례 제정에 이은 것으로,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7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김영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지난달 10일 ‘세종특별자치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 제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시의원 22명 중 12명이 조례안 제정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고, 공공장소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문제엔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17일 행정복지위원회, 21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에 따르면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은 군사기와 조형물, 이를 연상시키는 그 밖의 상징물 등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위안부(성노예)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디자인을 포함한다. 다만 적용 장소는 공공시설 및 공공장소로 제한됐다. 김 시의원은 “적용 공간에 아파트 등 일반 주거지역도 포함하려고 했으나 표현의 자유 등 다른 법과 상충 여지가 있어 공공 영역으로 범위를 좁혔다”고 설명했다. 조례가 만들어져도 이번 현충일 사태처럼 사유지에서 개인이 벌이는 행동은 제지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지금까지의 도발이 일부 개인에 의한 것이었고, 상식적으로 공공기관이나 산하 기관에서 욱일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서다. 그러나 조례 존재 자체만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 확립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시의원은 “상징적인 조치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충일인 지난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주상복합건물에 욱일기 2개와 욱일기 사이에 ‘민관 합동 사기극’이라는 글이 담긴 현수막이 함께 내걸렸다.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에는 욱일기를 치워달라는 항의가 이어지고, 해당 가구 현관에 오물이 투척되는 등 논란이 확대되자 이날 오전 욱일기만 내려졌다. 또 지난해 3·1절 세종시에서도 한솔동 한 아파트에 사는 목사가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게시해 논란이 됐다. 이 목사는 며칠 뒤 세종호수공원 평화의 소녀상 철거 집회에 또 일장기를 들고 나타나 공분을 샀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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