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에게 직접 대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을 두고 일선 부장검사의 직접 보고를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총장이 수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며 신속한 수사를 독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 주례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김승호 부장검사,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일부 대검 참모도 참석했다. 이 총장은 김 부장검사에게 그간 수사 경과와 향후 수사계획을 묻고, 신속하면서 엄정한 처리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주례보고가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날 보고는 두 시간을 넘겼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를 직접 만나 특정 사건 보고를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보통 지검장을 통해 보고받는다. 주요 사건이라고 해도 일선청 차장검사 정도가 배석하는 게 전례다. 이 총장이 부장검사를 직접 부른 것은 이 수사를 얼마나 엄중하게 챙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달 2일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당부했다. 이튿날 형사1부에 검사 3명이 추가 투입됐다. 이런 사정에 비춰볼 때 30일 보고는 이 총장이 4주 전 내린 지시를 중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총장의 지시 이후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 △이 과정을 녹화해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해당 영상의 원본,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에 주고받은 청탁 관련 대화 등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됐다.
다만 검찰 수사의 진도는 지금 대통령실 문턱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거나 "그가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청탁 대가로 김 여사에게 각종 선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자신에게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을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를 확인하려면 대통령실 관계자를 불러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검찰은 조 과장과 접촉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과장이 참고인 신분이라 출석을 강요할 수 없고,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강제수사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김 여사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하기도 전에 수사가 장애물을 만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총장이 이렇게 사건을 직접 챙기는 상황으로 볼 때,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조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단순 금품 수수를 의율하는 청탁금지법 차원을 넘어,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알선하면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한 경우 성립한다. 김 전 의원의 인사나 현충원 안장 등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어떤 결론을 내든 어느 한쪽에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 이원석 총장이 임기 내에 직접 총대를 메고 사건을 매듭지으려 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