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배신이지만 배임은 아냐"... 법원, 하이브 해임권 인정 안해

입력
2024.05.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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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와 독립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 자료로는 해임 사유까진 인정 안돼"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인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이용해 하이브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방법을 찾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진 않았다고 판단해 민 대표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상훈)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30일 인용했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 해임 등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요청해 이사회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어도어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7.8%를 소유하고 있어 하이브 측 뜻대로 민 대표가 해임될 가능성이 컸는데,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하이브는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인용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200억 원을 배상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해임 사유 또는 사임 사유의 존재를 소명할 책임이 있는데,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에게 해임 사유 등이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이던 하이브와 민 대표의 '주주 간 계약'을 두고 법원은 "민 대표에게 해임·사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해석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하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방법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민 대표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 산하 레이블 걸그룹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배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일릿 데뷔를 전후해 대중 사이 콘셉트 등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면서 "민 대표는 어도어 핵심 자산인 뉴진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충실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제기한 뉴진스 차별 등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다. 재판부는 "뉴진스에 대한 차별 대우 문제, 하이브 소속 가수 음반 밀어내기 문제 등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민 대표가 고의나 중과실로 어도어, 하이브나 계열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주총회 개최(31일)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소송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민 대표가 잔여기간 동안 어도어 이사로서의 직무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사후 금전 배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손해인 점 등을 고려해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으로 금지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22일 민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보고 긴급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찬탈 의혹을 부인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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