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방 준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매체 기자를 소환조사했다. 그는 "(김 여사의) 청탁 전화가 없었다면 몰래 영상을 촬영하는 취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함정 취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30일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기자는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전달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해 보도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최 목사와 잠입 취재를 하기로 상의한 뒤, 명품 가방과 손목시계형 초소형 카메라를 사비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김 여사가 (2022년 6월) 접견자인 최 목사 앞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금융위원 누구를 임명하라고?'(라는) 청탁 전화였다"면서 "청탁 전화만 없었으면 디올백 몰카 취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가 2022년 6월에도 이 기자가 사비로 구입한 명품 브랜드 향수와 화장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는데, 이때 김 여사가 인사 청탁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을 목격하자 '몰카 취재'를 기획했다는 얘기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함정취재는 윤리의 영역이고, 취재 대상이 된 취재 내용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면 철저히 수사가 이뤄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이 기자를 상대로 명품 가방 등 고가 선물 구매 경위와 취재 기획·보도 과정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이 기자가 최 목사와 나눈 대화 내용도 조사했다. 이 기자 측은 수사팀 요청에 따라 각종 자료도 제출했다.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김 여사가 최 목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전부 △이 기자가 명품 가방 구입 당시 찍은 영상 △이 기자가 명품 가방, 향수, 화장품 세트, 디올백,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시기 전후 계좌내역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이 기자의 '보복 취재'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그가 김 여사와 나눈 일곱 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김 여사는 이 기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수사팀은 31일에는 최 목사를 재소환할 계획이다. 서울의소리가 22일 유튜브를 통해 최 목사와 김 여사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추가 공개한 것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영상에는 최 목사가 제3자인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거나,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부탁하는 등 각종 청탁 정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