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대통령, 의료계 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

입력
2024.05.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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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해야" 비판
차기 국회에 협의 기구 설치 요구
"정부 협박에 굴복" 대학 총장 비판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증원을 원점 재검토 할 경우 전공의 등에게 복귀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 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은 한국 의료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의대 정원 문제를 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강 위원장은 "정권의 실적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며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에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출범을 앞둔 제 22대 국회 내에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히 논의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문이다.

비대위는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할 경우 교수들이 의료 공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방재승 전 비대위 위원장은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하면 의료계는 제대로 된 의사 수를 추계해 받아들이고 지원해야 한다"며 "교수로서 지금 나가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여러분도 정부를 믿고 들어와서 국민과 환자를 위해 제대로 된 의료계를 만들어보자'고 하겠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30일 전국 도심에서 열릴 예정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촛불집회에 동참할 계획이다. 방 교수는 "의료계는 여러 직역으로 나뉘어 있지만 현재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며 "서울대 의대 비대위 이름으로 참석하는 건 물론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단체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