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자교에서 가해·피해자가 나온 '서울대 n번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유 총장은 2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졸업생들이 관여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는데 학교 책임자로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유 총장은 또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했다"며 "교수뿐 아니라 전문가, 학생도 같이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자교 졸업생 2명이 동문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퍼뜨린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교육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TF팀을 꾸려 디지털 성범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TF에는 주요 보직 교수뿐 아니라 교내 인성교육·윤리 전문가와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TF는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성폭력 피해자 신고센터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간담회에서 "이런 일은 현재도 어디선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을 테고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즉각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신고센터를 우선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신설되는 센터에 관해 "피해자들이 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센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등 수십 명의 사진을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남성 박모씨와 강모씨를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각각 구속 송치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경찰에 검거된 올해 4월 초까지 대학 동문을 비롯한 여성 48명의 졸업 사진이나 SNS 사진을 알몸 등에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