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몸" 유대 다지며 동문 사진 합성…'서울대 N번방' 2명 송치

입력
2024.05.21 11:37
동문 12명 포함, 피해여성 수십 명
음란물 제작·유포 공범 3명도 검거

서울대 동문을 비롯해 지인 여성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대학동문 12명 등 여성 수십 명을 대상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서울대생 30대 남성 A씨와 B씨를 성폭력처벌법(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통신매체이용음란, 불법촬영물 소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성착취물배포)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성 48명을, B씨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8명의 허위 영상물을 제작 및 유포했다. 이들은 각각 지난달과 이달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는데, 특히 A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포함해 1,852건의 불법 영상을 유포 및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면식이 없는 두 사람은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소통했다. B씨가 대학 동문의 졸업사진과 카카오톡 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한 후 피해자 신상정보와 함께 A씨에게 제공하면 그는 이를 다시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서울대 출신으로 서로를 '한 몸'이라 지칭하고 합성 전문가로 치켜세우는 등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이 만든 불법 합성물을 텔레그램으로 공유받아 다시 퍼뜨리고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공범 3명도 추가로 검거(1명 구속)됐다. 공범은 20~50대 남성들로 A씨와 B씨가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을 개설해 초대한 이들이다. 공범들은 영상물 위에 음란행위를 하고 이를 재촬영하거나, 지인들을 상대로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된 C씨는 여성 17명을 상대로 2,101번이나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개별적으로 고소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4차례 수사를 진행했으나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중지 및 불송치 종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재수사를 지시했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포자들을 계속 추적할 예정"이라며 "시민단체와 관계기관, 해외 수사 당국 등 협조 가능 기관과 적극 협력해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