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나온 군사분계선(MDL) 월경 장면에 대해 "자신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2주년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김영사)를 통해 당시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MDL 동시 월경의 배경에 대해 "순간적으로 그런 제의를 하게 됐고, 김 위원장도 선뜻 좋다고 해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회고했다. "나는 언제 북쪽으로 가볼까요?"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우리는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답을 하자, 즉흥적으로 "지금 당장 한 발짝만 넘어가볼까요?"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핫라인이 이메일로 가동될 뻔한 비화도 공개했다.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전에도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집무실에는 직통전화가 개설됐으나, 실제 가동되지는 않았다. 이에 2018년 5월 정상회담에서 직통전화를 가동하자고 제안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메일은 어떻습니까"라고 역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 역시 보안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는데, 문 전 대통령은 "우리로선 보안시스템을 금방 구축할 수 있었는데 북한은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회고록에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청한 일화도 대거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줄지 걱정했다며 '값이 눅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값을 싸게 매기다'라는 평안도 표현으로 추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영변 핵단지 폐기까지 결단하고, 그것도 미국의 전문가, 기술자와 함께 폐기 작업을 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미국이 평가할 것이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어떻게 얼마나 이끌어내느냐는 두 나라 간 협상에 달렸다는 희망적 얘기를 해줬다"고도 밝혔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던 사실도 공개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으로 넘어가자 당시 남북 3차 정상회담을 12월 10~15일 사이로 잠정 합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측의 숙소와 공연장까지 예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측은 돌연 답방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취소 배경을 "알 길이 없다"면서도 미측에서 북미관계 속도에 맞춰 남북관계 속도를 맞춰달라고 북측에 요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사실상 미측의 방해로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불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