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 강행 수순 밟는 이스라엘… 남아공은 ICJ에 "멈춰달라" 호소

입력
2024.05.17 19:00
이 "추가 병력 투입하고 이번 작전 강화"
국제사회 반대에도 '라파 지상전' 예고
남아공, 국제법정서 "마지막 기회" 호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군사작전을 강화하겠다고 16일(현지시간) 선언했다. 국제사회 만류에도 결국 라파 지상전 강행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을 저지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라파 작전 강화"… 지상전 강행 예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해당 지역(라파)에 추가 병력이 투입되며 이번 작전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이번 작전은 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라파 공세를 확대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을 끝내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지상전이 개시되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 지상전을 반대해 왔지만 이스라엘은 줄곧 라파 진격을 고집했다. 지난 7일엔 탱크 등을 동원해 라파 국경검문소를 점령하며 행동에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갈란트 장관 발언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더 깊숙이 진격할 계획임을 암시한다"고 짚었다.

미국 CNN방송은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9일 이후 라파 동부 지역에서 건물들이 잇따라 철거되는 등 이스라엘군이 라파 중심부 진입로를 확보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도 하마스가 장악한 도심 진입 전 건물 철거 등으로 진입로를 확보한 뒤 공격하는 작전 수순을 밟아 왔다.


다시 ICJ 찾은 남아공 "이스라엘 막아달라"

이스라엘의 계획은 국제 법정에도 올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NYT 등에 따르면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ICJ에 라파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도록 이스라엘에 명령해 달라고 촉구했다. 남아공 측은 "라파에서 이스라엘이 하는 행동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서의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엔드게임(end game)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날 남아공 측은 가자지구 전역의 군사 작전 중단, 전쟁 범죄 조사관 및 언론인의 가자지구 출입 허용 등도 이스라엘에 명령하도록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TOI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외무부는 "신뢰할 수 없는 하마스 소식통에 의존해 편향되고 잘못된 주장을 제시했다"고 남아공을 비난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심리에서 이스라엘은 둘째 날(17일) 법정에 나설 예정이다. NYT는 "ICJ가 언제 결정을 내릴지는 확실치 않지만, 라파 공격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요청이 매우 시급하다고 남아공 측이 말한 만큼 곧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이 이스라엘에 대한 임시 조치를 요청한 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 혐의로 ICJ에 제소한 이래 네 번째다. 최종 판결엔 통상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ICJ는 시급한 현안에 우선 임시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ICJ가 라파 공격을 멈추라고 명령하더라도 그 실효성은 미지수다. ICJ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실행을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집단 학살을 자행한 것은 하마스이고, 우리는 방어할 뿐"이라며 앞선 ICJ 명령도 무시해 왔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