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인 뒤 차 안에서 살해”... 태국 경찰 '시멘트통' 살인 수사 결과 보니

입력
2024.05.16 11:38
태국 당국, 한국 측으로부터 조사 결과 받아
납치 위해 수면제 먹이고 깨어나자 재차 폭행
돈 노린 범죄 가능성, 휴대폰 비밀번호 강요도

태국 파타야 한국인 살인 사건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돈을 노린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약물을 먹였고, 도중에 깨어난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숨졌다는 진술이 나왔다.

16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수도경찰국은 “15일 한국 수사 당국으로부터 파타야 한국인 살해 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이 살인을 인정했다는 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전북 정읍시에서 붙잡힌 20대 B씨와 1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검거된 뒤 한국 송환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20대 C씨 중 누구의 진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 측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진술을 한 피의자와 피해자 A씨는 방콕 유흥가 RCA지역에서 알게 됐다. 이후 피의자들은 사건 발생일로 추정되는 지난 2일 해당 지역의 한 클럽에서 A씨를 만난 뒤 그를 납치하기 위해 수면제를 먹였다.

피해자를 차에 태운 일당은 파타야로 이동했고, 차 안에서 A씨가 의식을 되찾자 몸싸움이 벌어졌다. 태국 공영 PBS는 “(차 안에서) 피의자들이 A씨에게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강요하면서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A씨의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렀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

실제 태국 법의학연구소 1차 부검 결과 피해자의 왼쪽, 오른쪽 갈비뼈와 앞 뼈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고, 호흡기 계통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경찰은 “’주먹과 무릎 등으로 상복부를 때렸다’는 피의자의 경찰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피의자들은 시신을 플라스틱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저수지에 갖다 버리는 식으로 은폐를 시도했다.

신체 훼손은 사망 이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경찰은 “차 안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숨진 피해자 손가락에 묻은 피의자 유전자(DNA)를 감추고 경찰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으로 (신체 훼손 이유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문 흔적은 아니라는 의미다.

범행 동기는 ‘돈’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 마띠촌은 “고인이 (피의자들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돈이 많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A씨 사망 이후로 추정되는 지난 7일 그의 계좌에서 170만 원과 200만 원의 돈이 두 차례 이체된 기록이 있다고도 밝혔다. 수신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A씨가 범행 대상이었는지 역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태국 경찰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이들이 사전에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D씨에 대해서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계속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태국 남부방콕형사법원은 14일 살인, 시신 은닉, 불법 감금, 절도 모의, 타인의 카드 불법 사용 혐의로 한국인 3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