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돌입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과제는 법제사법위원장 탈환이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제와 본회의 직회부라는 수단이 있지만, 국회의장에 법사위원장까지 독점하면 '입법 프리패스권'을 확보해 보다 수월한 입법 드라이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대표도 법사위원장 자격에 대해 "실력을 중시해 달라"며 각별한 주문을 남긴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법사위를 중심으로 11개 상임위원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탈환 0순위'로 꼽히는 법사위원장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원구성 협상 전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4선의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3선의 박주민 의원과 이언주·전현희 당선자가 거론된다. 모두 당내에서 강경파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3선 간의 경쟁에 이 대표 연임을 주장한 정 의원이 뛰어들면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도 최근 법사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실력을 중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법사위원장 후보에 대해 "결국 인선 기준은 디테일"이라며 "고도의 논리력과 법적 상식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을 제외한 3선 도전자들은 모두 변호사 출신으로 전문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 아울러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하반기는 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치적 격동기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런 민의를 받들 법사위원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의 경우 내부 소통을 통해 정리되기 때문에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에 이어 이 대표의 의중이 결국 향배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구성 협상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지만 법사위를 가져오게 되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초반부터 추진 중인 핵심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역시 여소야대였던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주요 법안 처리 타이밍을 놓쳤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박 원내대표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법사위 외에도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18개 상임위· 상설특위 중에서 11개 위원장을 가져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국회 의석수 배분을 보면 민주당이 11개, 국민의힘이 7개"라며 "법사위·운영위를 포함해 11개 상임위를 가져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확보한 상임위원장 숫자와 동일하다.
여당 몫이었던 운영위와 법사위를 가져오게 되면 민주당은 그에 상응한 2개 상임위를 내줘야 하나, 이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다"면서도 "양평고속도로 의혹을 풀여야 할 국토교통위원회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과 관련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을 비롯해 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외교통일위원회 등은 확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운영위와 법사위는 물론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격이 거세질 국토위나 과방위를 반드시 확보할 것으로 보여 원구성 협상에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