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범은 정말 혼자?… 당시 의사들 생각은?

입력
2024.05.11 14:00
15면
티빙(파라마운트플러스) 다큐 '존 F. 케네디의 죽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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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1917~1963) 전 미국 대통령의 죽음은 큰 의문을 남겼다. 암살범은 리 하비 오스왈드(1939~1963) 한 명에 불과할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 왜 미국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는가. 오스왈드의 배후는 정말 없거나 알아낼 수 없는 거였나. 다큐멘터리 영화 ‘존 F. 케네디의 죽음: 의사들은 무엇을 보았나’는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 당시 응급처치와 수술을 시도했던 의사 일곱 명의 시각에서 역사의 한순간을 복기하고 커다란 물음표를 제시한다.

①목에 난 상처가 던지는 의문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오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다 총격을 당한다. 인근 파크랜드 병원으로 이송된다. ‘운’ 좋게도 파크랜드 병원은 외상 치료로 유명하다. 케네디는 머리에 치명상을 입었다. 제 아무리 명의라 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들은 케네디의 목 아래쪽에서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오른쪽 뒷머리는 상당 부분이 날아갔다. 총알이 앞에서 날아와 머리를 관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국의 발표는 달랐다. 범인 오스왈드 홀로 차량 뒤쪽 건물 6층에서 총격을 했다고 수사당국은 발표한다.

②부검마저 석연치 않았다

의사들의 의견은 무시당한다. 당국으로부터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는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 진상 조사 요구가 잇따른다. 수사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의사들은 그날 긴박한 순간에 집단으로 헛것을 본 것일까.

케네디의 부검 과정도 의문이다. 텍사스주에서 숨진 사람은 텍사스주 내에서 부검해야 한다는 주법은 무시된다. 케네디는 워싱턴 D.C. 외곽 베데스다 공군병원에서 부검을 거친다. 파크랜드 병원 의사들은 이후 공개된 부검 사진을 보고 경악한다. 다친 곳이 자신들이 봤던 것과 전혀 달라서다. 다큐멘터리는 의사 일곱 명의 일관된 증언으로 케네디 사건 수사의 허점과 의문을 파고든다.

③음모론이라 하기엔 짙은 정황들

한 시민이 8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건 당시 모습이 의사들의 증언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케네디는 머리 일부분이 떨어져나가기 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목을 잡는다. 지상에서 차량을 바라보며 한 남자가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봤다는 또 다른 시민의 제보가 있기도 하다.

미 수사당국은 왜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지 않은 걸까. 사건 발생 후 곧바로 오스왈드를 체포하고 그의 단독 범행으로 쉽게 단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오스왈드는 이틀 후 암살돼 배후 여부에 대한 진실은 영원히 묻힌다). 케네디 부검에는 왜 부검전문의가 투입되지 않은 걸까. 물음표가 꼬리를 물면서 61년 전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된다.

뷰+포인트
파크랜드 병원 응급실에 들어간 의사 일곱 명 중에는 열렬한 케네디 지지자가 있기도 했다. 병원 근무 때문에 카 퍼레이드 구경을 포기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상 숨이 끊긴 상태로 실려 온 ‘영웅’과 처음 마주하게 된다. 다큐멘터리는 의사들의 증언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사건 발생 30년 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전 정부 관계자 등의 의견까지 더한다. 당시 자료화면까지 포함돼 입체적으로 사건을 돌아본다. 케네디 저격 직후 아내 재클린이 한 행동의 이유가 꽤 충격적이다. 60년 동안 여러 압박에도 일치된 의견을 보여온 의사들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시청자 8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