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종교가 있다. '신을 믿는 종교'와 '진리를 찾는 종교'다.
신을 믿는 종교는 절대 신을 상정하고, 신의 가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기독교와 이슬람 등이다. 진리를 찾는 종교는 신 대신 진리를 상정하고, 진리를 자각해서 대자유인이자 성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흔히 동양 종교라고 하는 불교, 유교, 도교 등이다.
두 종교는 '신을 믿어서 행복(천국)을 얻느냐'와 '진리를 터득해 행복을 성취하느냐'라는 큰 차이를 가진다. 즉 문제 해결과 목적 성취의 주체가 신이냐, 인간이냐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율곡은 자신을 경계하는 글인 '자경문(自警文)'에서 "내 공부는 성인이 되는 것에 있고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자 '도덕경' 제25장에는 "진리도 크고 하늘도 크며, 땅도 크고 사람(혹은 왕)도 크다"라고 하여, 천지에 못지않은 인간의 위대성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붓다는 신을 넘어선 인간의 존엄을 천명한다.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떳떳한 대장부, 이것이 붓다가 말하는 지혜의 완성이다.
연등은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한다. 보통 연등이라고 하면 '연꽃 등불'인 연등(蓮燈)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불교의 연등은 '불탈 연(燃)' 자를 사용하는 연등(燃燈)이다. 즉 어둠을 밝히며 스스로를 불태우는 모든 밝음을 뜻한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 가르침을 펴기 위해 떨쳐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행복(불사·不死)의 문은 열렸다. 귀 있는 자는 들어라. 낡은 믿음을 버려라." 또 최후에 즈음해선 "감추어진 것(악권·握拳)은 없다. 모든 진리는 드러났다"고 했다. 진리는 붓다에 의해 낱낱이 드러났고, 스스로 노력하는 자의 몫이라는 의미다.
묵묵히 자신을 태우며 밤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붓다는 진리의 연등으로 화현하여 세상을 빛으로 물들인다. 그 빛은 진리에 입각한 고요의 빛, 신이라는 관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와 존엄의 빛이다.
신을 넘어선 초인으로서의 붓다. 이를 잘 상징하는 말이 붓다가 태어난 직후에 외쳤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다. 여기에서 '천상'은 하늘 위의 신들을 지칭한다. 즉 신을 넘어서는 최고 존엄성으로서의 인간 천명, 이것이 바로 진리를 통한 자유의 인간, 진정한 등불이었던 초인, 붓다이다.
빛이 어둠을 밝히듯,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연등회는 장엄의 향연으로 지친 세상을 구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