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까지 진땀 뺀 승부…'첫 우승' 펜드리스, PGA 투어 더 CJ컵 품었다

입력
2024.05.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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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전 74기 끝에 통산 첫 우승
안병훈, 김성현은 공동 4위 선전
크리스 김은 대회 최연소 컷 통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챔피언을 가리는 최종 라운드. 개인 통산 첫 우승 트로피를 향해 테일러 펜드리스(캐나다)와 벤 콜스(미국)가 같은 조에서 샷 대결을 벌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마지막 18번 홀(파5)을 앞두고는 둘의 격차가 1타 차에 불과했다.

승기는 16번 홀(파4), 17번 홀(파3) 연속 버디로 1타 앞선 홀스가 잡았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콜스의 티샷이 왼쪽 벙커로 향했고, 2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 사이의 러프에 떨어졌다. 반면 펜드리스는 2번의 샷으로 그린을 밟았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압박을 느낀 콜스는 3번째 샷을 짧게 쳐 4번 만에 그린에 올린 뒤 1.5m 짧은 파 퍼트도 놓쳐 보기를 범했다. 펜드리스는 12.5m 거리의 이글 퍼트를 64㎝까지 붙인 다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렇게 둘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펜드리스는 73전 74기 끝에 첫 우승 감격을 누렸고, 댈러스 출신의 콜스는 안방 같은 곳에서 첫 우승을 놓쳤다.

펜드리스 "1타 차로 진 콜스의 눈물 이해해"

펜드리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끝난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적어내 콜스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21~22시즌 PGA 투어에 뛰어든 이래 74번째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일궈내며 아내, 어린 아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 대회 전까지 올해 11개 대회에서 톱10에 3차례 들고, 컷 탈락은 6번이나 당하는 등 기복이 컸지만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의 종전 최고 성적은 2022년 로켓 모기지 클래식 공동 2위다.

우승 상금 171만 달러(약 23억 원)를 챙긴 펜드리스는 2026년까지 PGA 투어를 뛸 수 있는 시드를 확보했다. 또 페덱스컵 랭킹을 91위에서 34위까지 끌어올려 30위 이내 선수들만 출전이 가능한 투어 챔피언십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상기된 표정으로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펜드리스는 “실감이 안 난다. 지난 1시간이 정신 없이 지나갔다”며 “우승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펜드리스는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고 눈물을 훔친 콜스의 심정도 헤아렸다. 그는 “콜스의 마음을 이해한다. 정말 공을 잘 쳤다. 16번 홀과 17번 홀에서 버디도 잡았다”며 “나도 여러 번 우승을 놓쳐봐서 아는데 기분이 별로다. 그래서 골프는 어려운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반 톱10에 두 번 들어 좋은 출발을 했지만 컷 통과를 많이 놓쳐 정신적으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지난 몇 주 전부터 이 대회를 잘 준비했고, 이번에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안병훈·김성현, 공동 4위...'10대' 크리스 김도 돌풍

비록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선전했다. 안병훈과 김성현은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나란히 공동 4위에 올랐다. 김성현의 톱10 진입은 올해 처음이다.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달 발레로 텍사스 오픈 때 공동 14위다. 김성현은 경기 후 “우승권과 타수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편안하게 플레이 하려고 했다”며 “계획한 대로만 지키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은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후반에 버디를 몰아쳐 올해 4번째 톱10에 진입한 안병훈은 “전반을 잘 막아내면서 후반에 언더파를 친 것이 큰 수확”이라며 “기다리다 보면 찬스도 많이 오고, 버디도 많이 나온다. 다음 대회도 이런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우는 17언더파 267타로 공동 13위, 강성훈은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41위, 김주형은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52위에 자리했다.

한국계 고교생 골퍼 크리스 김(영국·한국명 김동한)은 PGA 투어 데뷔전을 6언더파 278타, 65위로 마무리했다. 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컷 통과 신기록(16세 7개월 10일)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2010년 조던 스피스(미국)의 16세 10개월이다. 크리스 김은 “다음에도 PGA 투어 대회에 나가면 확실히 컷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키니 =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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