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당국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별장을 무료로 양도하겠다고 제안했다.
3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슈테판 에베르스 베를린 주(州)정부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괴벨스 별장을 두고 "베를린이 주는 선물로서 인수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주정부가 소유한 이 별장은 실제로는 시 경계에서 10㎞ 넘게 떨어진 브란덴부르크주 반들리츠에 위치해 있다. 17헥타르(㏊·㏊는 1만㎡)에 이르는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쓰임새 없이 약 25년째 방치된 상태다. 유지비용은 연 25만 유로(약 3억6,500만 원)에 달한다.
베를린 당국은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이전에도 1유로(약 1,460원)에 별장을 넘기겠다며 브란덴부르크주 등을 겨냥해 사실상의 '무료 인수'를 제안했지만 호응은 없었다. 리모델링 비용만 3억5,000만 유로(약 5,120억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이 별장은 1939년 베를린 북쪽 호숫가 숲속에 지어졌다. 괴벨스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아내와 여섯 자녀를 위한 휴양지로 이곳을 이용했고, 나치 지도자와 예술가 접대, 그리고 은밀한 불륜을 위한 장소로도 썼다고 DW는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군은 이 별장을 병원으로 사용했고, 동서분단 후에는 동독이 청소년 교육 장소로 썼다. 그러나 1999년 이후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다.
별장 부지가 인근 마을과 3㎞ 이상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 접근도 어려워 이렇다할 활용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DW는 "독일은 철거하기 어려운 옛 나치 유적지를 처리하는 데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이런 유적지를 그대로 두면 극우 성향 극단주의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쓰이는 곳 없이 유지비만 나가자 베를린 당국은 건물을 철거하고 '재자연화'할 뜻을 밝혔으나, 여기엔 브란덴부르크 당국이 반대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건물이라는 이유였다. 브란덴부르크주 문화재 보호 책임자인 토마스 드라헨베르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재정권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활용할지 장기간 철저히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베를린 당국은 별장이 있는 브란덴부르크주나 연방 당국에 부지를 넘겨주려고 노력해왔다"며 "다만 에베르스 장관은 개인의 제안도 고려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